뭐야… 구원자님이구나?

뭐 하냐니… 니니는 보다시피 장 보는 중이야.
귀찮지만 그래도 집안일은 해야지…

후… 왜 먹어야 하는 거지… 어차피 안 죽을 텐데…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생과일 주스라는 거… 그냥 과일을 갈기만 하는 건데
사 먹으면 엄청 비싸잖아.

그래서 어제 과일을 사서 직접 해 먹었는데…

…앞으로는 계속 사 먹기로 했어…
준비도, 뒷정리도, 예쁘게 갈기도 너무 힘들어…!

애초에 정령이 많은 곳이 왜 싫냐고 물어도 말이야…

시끄럽지, 붐비지, 부딪히지…
상황 파악도 제대로 안 되잖아?

니니는 니니가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싫어.
됐어?

부적은 다 좋은데…
일회용이라는 게 문제야…

너무 오래 갖고 있어도 안 되고,
정기적으로 새 부적으로 바꿔 줘야 해…

효력이 천년만년 지속되는 부적 어디 없나?
하아…

예전에 페트라랑 무명이랑 셋이서
다른 도시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페트라는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무명은 아무 계획도 안 세워 와서,

결국 니니가 다 끌고 돌아다녔어.
휴… 니니는 가이드가 아닌데.

구원자님이랑 같이 다니는 방주 정령…
왠지 친근감이 들어…

응? 구원자님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옷 소매를 보라…?
앗…! 그래서인가…?!

부적을 접을 때엔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조심스럽게, 반듯하게 접어야 해.

그리고 한번 접은 부적은
다시 펼치지 않는 게 좋아!

실수로 펼쳐지면 어떡하냐고?
음… 안 그래봐서 잘 모르겠는데…

방에 식물을 두면 좋은 점이 많다고 해서
화분을 하나 사러 갔다 왔어.

결국… 안 샀지만.

불사형 정령의 방에 푸릇푸릇한 식물이 있는 건…
좀 안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오늘 이상한 스카우트 받았어…

광장에 정령들이 많아서
열심히 존재감을 지우고 있었더니…

루리가 눈을 엄청 빛내면서 쳐다보고 있더라.
니니보고 닌자의 재능이 있다던데… 귀찮아서 도망쳤어.

얼마 전에 셰리한테 선물을 받았는데…
역시 술이더라구.

그런데 술이 담긴 병이 예뻐서
제법 마음에 들었어.

다른 정령들이 술을 모으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헤헤.

(용병단 일 하느라 빨래가 사흘 치나 밀렸어.)

(청소도 지난 주에 한 게 마지막이고…)

(정령으로 사는 건 참 귀찮고
힘든 일이라니깐…)

구원자님은 책 읽는 거 좋아해?
니니는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읽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당신도 할 수 있다! 유쾌한 대화를 위한 100가지 방법]

아…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줘… 끙…

…왜 니니 머리를 빤히 쳐다 봐?

머리 장식은 뗄 수 있는 거냐구?
당연하지. 그냥 장식이니까.

뭐? 만두 아니었냐고? 지금 말 다했어?
확 구원자님 머리에도 달아버린다??

니니, 키가 좀 작은 편이잖아?

그래서인지 발도 좀 작아서…
잘 맞는 신발을 찾기가 힘들어.

작은 신발을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
그러면 꽤 비싸져서 곤란해… 휴우…

구원자님이 살던 시대엔 컬러 렌즈라는 게 있었다고?
눈에 넣어서 눈동자 색을 바꿀 수 있는 도구…?

으으으! 끔찍해!
어떻게 눈 안에 이물질을 넣을 수 있어!!

니니는 눈 색이 예뻐서 그런 게 필요 없겠다고…?
뭐라는 거야, 진짜!! 나 참…

구원자님, 니니한테 자주 말 걸러 오네…

니니는 재밌는 말도 잘 못 하는데
따분하지 않아?

니니랑 대화하는 게 좋아서 오는 거라고?
…뭐… 그럼 됐어… 흥…

주말에 용병단 친구들하고 같이
이불 빨래를 했어.

발로 팍팍 밟아서 묵은 때를 빼고,
햇빛에 바싹 말리고 나니까…

이불이 따끈따끈하고 폭신폭신해져서
엄청… 기분이 좋았어. 헤헤…

니니가 침대가 아니라 관에서 잔다는 헛소문은
누가 퍼트리고 다니는 거야!?

방에 관도 있긴 하지만
그건 침대 대용이 아니라 정신통일용이라구!

좁고 어두워서 마음이 얼마나 편해지는데!
뭐, 그러다가 좀 졸기도 하고 그러긴 하지만…

…뭐, 왜, 뭐!!
왜 니니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절대 영역]이라는 말을 아냐고?
그게 뭔데?

에?
니니한테도 있다고??

뭐야, 알려 줘!!
나쁜 거야? 대체 뭔데 그래~!!

자연을 보고 있으면, 음과 양의 진리는
만물에 통용된다는 걸 실감하게 돼.

구분되고 대비되는 것들이 다시 변화하고 뒤섞이고…
이윽고 하나가 되었다가 다시 분류되고.

니니도, 구원자님도 그런 자연의 일부겠지?

니니가 음이라면, 구원자님은 양이려나?
헤헷…

혼자 있고 싶어…

다음에는 어떤 의뢰가 오려나…

으, 장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