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에서 지낼 때도
바쁘게 살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정말로 어지러울 정도로 바쁜 것 같아요.
…제 노력이 조금이라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면 좋을 텐데.
후후. 그럼 오늘도 힘내볼까요.

기회가 되면 조만간 마들렌을 굽고 싶네요.
제가 예전에 맛보고 충격에 빠졌던
그 향기로운 맛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그런 구움 과자는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건 아니지만…
힘든 때일 수록 그런 사사로운 즐거움이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법이니까요.

구원자님께서 이 에덴에 오신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죠.
저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하지만…
제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상황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답니다.
제가 섭정이 되어도, 구원자님께서 점점
그 명성을 드높이시더라도…
제가 언제나 구원자님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점은, 꼭 잊지 말아주시길 바래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는 것의 참뜻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게 아닐까 싶어요.
컵에 물이 반 잔 들어있는 상황에서
'겨우 반밖에 없어' 보다는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생각하는 게
아무래도 더욱 기쁘니까요.
하지만… 마음이 그렇지 못한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것 또한
폭력적인게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하핫…

클레르와는 클레르가 태양 기사단에 입단한 이래부터,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냈죠.
그 어떤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그 불굴의 마음…
클레르가 가진 그 강한 마음은
저도 많이 본받고 싶답니다.
때로는 저러다가 돌이킬 수 없이 꺾일까봐
조금 걱정되기도 하지만…
후후, 클레르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제가 새로 얻은 이 날개는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조금이라도 정신을 흐트리면
주변에 불씨를 흩날린답니다.
…언제나 경계하고 예비하라는,
그런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일까요.

구원자님께서는 최근
아케나인을 떠나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계시죠.
식사는 제대로 하고 계신가요?
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고 계신가요?
…후훗. 조금 이전처럼 잔소리를 해봤답니다.
곁에 자주 안 계시니 이전처럼 챙겨드리기가 어렵네요.
저로써는 그 점이 살짝 아쉽기도 하고…
아주 조금은 쓸쓸한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가며 새로운 인연이
정말 많이 생기고 있네요.
시간이 제게 허락되는 한,
제게 생긴 그 어떤 인연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요.
구원자님이 그렇게 하고 계시듯이요.
…후훗.

과거의 저는 수녀가 아닌
제 자신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저는 과거의 상상을 뛰어넘어서,
정말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죠.
그 사실을… 저는 슬프게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게 주어진 이 힘에 감사합니다.
제가 이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사랑은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서로 주고 받는 것…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일 수도 있지만…
구원자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았을지도 몰라요.
구원자님께서 제게 전해주신 이 소중한 마음을,
저도 언젠간 구원자님께 전해드릴 수 있길 바래요.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가 되기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오랜만에 쿠키를 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