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자도 이곳에 있었군.
언제 다시 바빠질지 모르니
쉬는 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하늘 높게 날아오르면 온 에덴이 한눈에 들어오지.
수많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에덴은 꽤나 고요하더군.

성기사단은 언제나 아우렐리아를 위해 봉사한다.
우리는 아우렐리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날아오르지.

요즘 들어 날개가 뻐근하군.
나도 이제 많은 늙은 모양이다.
응? 뭐지 그 얼굴은?
나는 이곳에 있는 웬만한 정령들보다 나이가 많다.
공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도록.

딱히 취미는 없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좋아한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나도 평범한 정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한 정령끼리 어울려 다니더군.
나도 물론 라리마님이나 클라우디아와 함께 걸을 수 있지만
성기사단의 단장은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
절대로 낯을 가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곳에도 타브리아의 첩자들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놈들은 해악을 뿌리는 무뢰한들이니,
내 곁에 바짝 붙어있어라.

구원자의 고향에서는 살아있는 낙지를 먹는다는 게 사실인가?
아케나인 출신들에게 들었다.
구원자의 고향에는 그런 끔찍한 음식이 있다고…
…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건 먹지 못하겠군.

흠흠…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나는군…
신선한 과일이랑 달콤한 시럽의 향기가…
응?
언제부터 그렇게 보고 있던 거지?

이곳에 있는 몇 정령들이 나를 의식하는 시선이 느껴지는군.
아마 대부분이 각 국가에 기사단원들이겠지.
나는 들어오는 도전을 마다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구원자의 얼굴을 봐서 이곳에서는 자제하도록 하겠다.

날개는 자주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무기이자 팔이자 다리니까.
구원자도 등에 날개뼈가 있다지?

야수형 정령들은 내가 바라보기만 해도 두려워하더군.
나는 그냥 쳐다보기만 했지만,
그들은 사시나무 떨듯 두려워하였다.
마치… 포식자 앞에선 작은 짐승처럼 말이지

바쁜 일정에도 훈련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는 약하지 않지만,
언제든 나보다 강한 상대가 나타날 수 있다.
그 순간을 위해 나는 끝없이 단련하고 있다.
물론 아직 그런 상대를 마주친 적은 없지만 말이야.

구원자도 라리마님을 알고 있나?
라리마님처럼 위대한 군주와 가깝게 지내면
구원자도 분명히 배울 게 많을 것이다.
원한다면 내가 라리마님의 말씀을 적어둔 두루마리를 빌려주도록 하지.

응? 얼마나 높게 날아봤냐고?
후후…
구원자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높게 날 수 있다.
구원자가 부탁한다면 별도 따다 줄 수 있을 만큼…

구원자, 조금 더워 보이는군.
내 날갯짓으로 땀을 식혀줄 수 있다.
대신 날아가지 않도록 주변에 잡을 물건이 필요할테지만 말이다.

간만에 그리운 녀석의 꿈을 꾸었다…
드넓은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있더군.
참으로…
다행이었다.

라리마님은 위대한 군주시다.
그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
하지만 구원자…
너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내가 인정하지.

날개를 만져보고 싶다고?
날개는 그렇게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
그렇지만 구원자라면 조금은 허락해 주도록 하지.

지금 에덴은 수많은 분쟁으로 휩쌓여있다.
구원자, 이 혼란을 잠식시키고 평화를 찾아올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내가 구원자의 날개가 되어 곁을 지키겠다.
영원토록.

훈련을 하기에 적절한 공간이 없군.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
후… 이곳은 너무 답답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