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 이쪽으로 와 봐.
오늘 영지 일은 던져두고 나와 밤 산책 가는 건 어때?

흐음, 안된다구?

하아, 쉽지 않아서 좋다니까.

하아, 귀여워라.
옳지. 많이 먹어.

(비올레트가 덩치가 산만한 마물에게 무언가를 먹이고 있다.)

꾸에에에엙

어라, 절망을 너무 많이 먹였나…
흐음, 다음엔 더 튼실한 애를 잡아와야겠네.

구원자, 가까이 와 봐.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 순수한 눈빛…
하아, 보면 볼수록 탐이 나.

네 순수함을 나로 물들이고 싶어져서.

인간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뭘 하고 싶어하지?

흐음, 같이 식사를 하고 싶어한다고?
그럼 우리 귀염둥이는 나한테 왜 밥 먹자고 안 할까~?

후훗, 좋은 말로 할 때 밥 먹자고 해.
빠른 시일내로. 제대로 준비해서.

아까부터 계속 내 함만 쳐다보고 있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싶어?

후후, 감당하지 못할 호기심은
부리는 게 아냐.

이 안에는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온갖 절망과 고통들이 담겨 있거든.

음? 구원자, 손에 뭘 들고 온 거야?

세상에서 제일 단 케이크라니…
바보같긴. 난 맛을 못 느낀다니까.

맛을 느낀다해도, 너무 단 건 별로야.
입 안에서 끈적이고, 질척거릴 것 같아.

구원자, 네가 내 앞에서 해선 안될 게 있어.

내게 약한 모습 보이지 마.
쉽게 무너지는 사람은 매력 없어.

조금이라도 널 다른 방식으로,
신경쓰게 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명심해.

후후,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거 같다고?
맞아, 간만에 '밤의 일족'으로서 할 일이 들어왔거든.

흐음, 이해하지 못했단 표정이네.
검은 구렁의 무질서를 바로 잡는 일이랄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선한 절망을 얻을 수 있는 순간이지.
후훗, 악한 이들이 절망을 느끼는 건, 모두가 바라는 일이잖아?

귀염둥이, 충고 하나 해줄까?

재앙은 늘 가까이 있어.
언제 어디서든, 숨을 죽인 채, 널 덮치려 하지.

그러니까 한시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돼.
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니까.

구원자, 저기~ 좀 달라 보이는데?

흐음? 갑자기 얼굴은 왜 빨개지는 거야?
자기라고 하니까 쑥스럽다고?

후훗, 귀여운 착각이네.

정말 내 입으로 듣고 싶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자. 기. 야?

흐음, 다른 정령들이 구원자를 눈독 들이는 것 같아.
신경 쓰이는 걸.

어떻게 한담?
넌 내꺼라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표라도 할까?

후후, 정말 그럴까?
감히 재앙의 정령의 연인을 탐할 정령은 없겠지?

나도 언젠가 음식의 맛을 알게 될 날이 올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달링이 날 위해 요리해.

귀염둥이한테 내게 처음이 될 순간을 장식할 기회를 주는 거야.
특급상인 거라구.

특별한 사이의 인간들은 애칭이란 걸 정했다지?

우리도 정해.
아니. 내가 정해왔으니까, 그냥 들어.

오늘부터 귀염둥이는 내 달링이야.

흐음, 마침 잘 왔어.
고민하던 게 있었는데, 결정하는 것 좀 도와줘.

첫번째, 은빛 호숫가에서 수영하기.
두번째, 새벽길을 걸으면서 산책하기.

음? 왜 전부 다 밤에 하는 거냐구?
후훗,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귀염둥이가 어느새 내 달링이 됐네.

후후, 좋은 징조야.

내 계획대로 넌… 내 사람이 되고 있단 증거니까.

죽어도~ 절대~ 넌~
내게서 벗어나진 못해~ ♪

이 노래 어때?
좋지 않아? 달링?

가넷이 듣고 있던 노래인데, 내 취향에 맞아.
요즘 이 노래만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니까.

달링은 날 얼마큼 생각해?

나는… 여전히 널 온전히 내 것으로 길들이고 싶어.

네 세계에서 특별하게 존재하는 건,
오직 나여야만 하니까.

……달링.

그냥 불러봤어.
조금 현실감이 없어져서.

이대로 계속 나만의 구원자로 남아 있어줘.

후훗, 달링 오늘 하루는 어땠어?

달링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건 나뿐이지?
실컷 감동해도 좋아.

나는 언제나 우리 달링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달링, 달콤한 소리를 들려줘.

아니… 그거 말구.
비명 지르지 마.

내게 사랑을 속삭여달란 소리야.
그보다 더 달콤한 건 없으니까.

너무 밝은 빛은 불쾌할 뿐이야.

흐응…단 건 싫어해.

후후… 우리 귀염둥이는 뭘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