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아케나인은 평화롭군요.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이런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일이네요.

기회가 된다면 커다란 피크닉 바구니에
도시락을 싸서 제가 좋아하는 모두와 함께 소풍을 가고 싶네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모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상상만 해도 즐거운 기분…♪

내 정신 좀 봐.
오늘은 뭘 사가야 했더라…?
구원자님,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없으세요?
장 보는 김에 같이 사서
만들어 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구원자님께는 여태까지 한 번도
제가 천사형 정령이란 걸 말씀드린 적이 없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령의 타입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진 않지만…
구원자님께서는 많이 놀라셨을까요?

가끔 클레르나 린지가 와서 공무 관련으로
제게 조언을 구하고 있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사적인 부분에서도
저를 의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연애 상담을 한다거나…
조금 과한 욕심일까요? 후훗.

케이크를 볼 때마다 계속 메피가 생각나고는 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매번 메피가 좋아할 것 같은
은은한 단 맛의 케이크를 계속 사게 되는데…
이러다가 제가 메피의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이네요. 히잉.

확실히 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모두가 저만큼 매운 음식을 즐기진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매번 다른 분들께
'매운 거 잘 드시나요?' 라고 여쭤보는 편인데…
그 질문에 다들 과하게 긴장하시더라구요.
전 그냥 궁금해서 여쭤본 것 뿐인데. 하핫.

때로는 린지, 로제, 클로이가 부럽답니다.
저는 에덴에서 갓 눈을 떴을 때부터
아주 강한 힘을 가졌어서…
다른 정령들과 쉽게 마음 놓고 교류할 수 없었거든요.
후훗. 지금은 마음이 통하는 분들이
잔뜩 있으니 다행이지만요.

그러고 보니, 구원자님하고 같이
마을에 나갈 때 입으려고 만든 새 옷 말인데…
아주 옛날에는 그런 옷을 입고
클럽이라는 춤을 추는 장소에 나갔다고 들었어요.
일종의 사교장? 댄스룸 같은 걸까요?
평소랑 달라지고 싶어서 드레스를 피하려고 한 건데,
어쩌면 저는 또 드레스를 골라버린 걸까요…?

최근 구원자님께서 알려주신
구원자님 시대의 요리를 재현해 보는 데에 푹 빠졌지 뭐예요.
특히 떡으로 만드는 떡볶이가 최근 아주 마음에 들어요.
언제 한번 소떡이란 것도 만들어 보고 싶네요.
후후. 다음 축제 때는
저도 포장마차를 한 번 출품해 볼까요♪

제가 여왕이 아니게 되더라도
절 찾아줄 정령들이 많은 건 아주 기뻐요.
…구원자님은 어떠세요?
제가 여왕이 아니더라도,
여태까지처럼 친하게 지내주실 건가요?
아니면…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절 보게 되실까요?

제게 그럴싸한 다른 특기가 있다면…
역시 사교 댄스일까요.
아무래도 국가 간 교류를 하다보면
무도회같은 곳에도 참여하게 되기 마련이거든요.
언제 한번 에스코트 해주시겠어요?
구원자님과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춘다면
따분한 연회도 마법처럼 즐거워질 것 같아요.

여왕으로서 지낸 세월이 그동안
너무 길었어서…
여왕이 아니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나, 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여왕이건 아니건,
저는 저. 유리아니까요.

어찌면 저희 정령들은 인간이 되고싶었을 지도 몰라요.
지성체가 소중하게 여긴 유물.
그리고 거기 깃든 마음에서 태어난 저희들은…
저희를 구성하는 감정을 알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저희의 기원이 되는 감정이 어째서 태어났는지.
…후훗.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론이지만요.
방금 제 말은 잊어주세요.

안녕, 구원자?
오늘 기분은 어때?
…으음. 역시 너무 급작스러우셨을까요?
반말을 해보면 조금 더 구원자님과
친근한 느낌이 들 거 같았는데…
하핫. 역시 저는 그냥 지금 이대로 있을게요.
변함 없는, 언제나의…
구원자님의 유리아로.

구원자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항상 제게 많은 용기를 줘요.
구원자님과 만난 순간, 구원자님에게 격려받은 순간.
구원자님과 함께 지냈던 꿈같던 나날들…
만약 저와 구원자님이 헤어지는 결말이 오더라도,
저는 구원자님이 주신 마음을 항상 소중히 품고 있을게요.
절대 잊지 않을게요.

구원자님과 함께 하는 생활에도 금방 익숙해졌네요.
분명 제 길고 긴 삶 중에 구원자님과 함께 한 시간은
아주 짧은 일부일텐데도…
구원자님이 안 계시는 일상을 상상하기가 벌써 힘들어요.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태양이라고 불리는 일이 때로는 싫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있음으로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서 빛나고 싶어요.
구원자님, 앞으로도 제가 그럴 수 있도록…
절 도와주시겠어요?

조금 부끄러운 망상이지만, 제가 정령이 아니라
구원자님의 시대에 태어난 인간이라면 어땠을까요?
구원자님과 같은 나이대의 인간 여성이라면
지금의 저와 구원자님과는 다른 관계가 되었을까요?
인간들의 책에서 말하는 '소꿉친구' 같은 존재라던가…
함께 학교를 다니는 '반 친구'라던가…
그것도 아니면…
(결혼을 맹세한 연인…이라던가…)
후훗.

사실을 말하자면…
구원자님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동시에…
구원자님이 행복해졌으면 해요.
구원자님, 구원자님은 에덴에 계셔서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역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시는 게 행복일까요?
어느 쪽이건… 저는 구원자님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어요.
그 사실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오늘도 화창한 하루네요
따스한 태양의 가호가 모두와 함께 하기를
오늘 식사는 뭘 만들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