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하십시오, 이 땅의 영혼들이여.
이 세계에 마침내 끝이 도래했으니… 앗.
…거기 계셨군요, 구원자.
방금 전의 혼잣말은 못 들은 척 해주세요.
그동안 제가 시달려 온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
그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 저였습니다.
저를 괴롭게 하고 있던 건 제 자신이었어요.
꽃이 핀 아름다운 정원을 걷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기분 좋은 꽃향기, 아름다운 풍경… 이런 게 평화라는 걸까요?
괜찮으시다면, 같이 산책이라도 하죠.
섭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입니다.
세계는 균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 안에 존재하는 특이점을 제거합니다.
그것이 바로… 섭리에 의한 종말.
종말 이후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세계의 종말, 모든 일의 끝.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저는 홀로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구원자, 저는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저의 모든 기억이 당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모든 즐거운 기억 끝에는 당신이 있어요.
찰나의 행복에…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했던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을 하며 즐거웠는지…
저의 취미는 확실하게 기억납니다.
당신과 함께한 산책도, 왕성의 아름다운 정원도, 모두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었죠.
또 다른 취미요? 음…
운석 떨어뜨리기…?
오늘은 어쩐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군요.
…오늘이 바로 종말의 때냐고요? 그건… 아닙니다만.
…제 행복이 종말이라고 오해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
만약 오늘이 이 세계의 마지막 날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실 건가요?
죽기 전에 이루고 싶었던 소원이라던지…
생각해둔 게 있다면 들려주세요.
아직은 당신에 대해 더 알아야겠으니까요.
구원자, 당신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듭니다.
이건 저의 죄책감일까요? 아니면 미련일까요?
어쩌면 다른 마음일지도 모릅니다만,
답을 찾아낼 때까지 함께 있어 주시겠어요?
종말의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섭리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