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자라...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군.
제대로 된 노동조건 하에서 일하고 있는 게 맞나?
복지는 충분한가? 네게 할당된 예산은?
유리아 님께서 제대로 챙겼으리라 생각은 하지만…
제대로 된 계약서는 읽고 일하고 있는 거겠지?
…그 얼빠진 표정은 뭐냐. 설마…?
…후. 머리가 아프군.

아케나인에는 꽃집도, 식료품점도
정말 수가 많군.
흠… 농경 산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인가 거래를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만.
…그래. 네 녀석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구원자.
미팅을 잡아볼 수 있겠나?

조앤도 그렇지만 다들 커피라는 걸
정말 잘도 마시더군.
남의 기호품에 대고 무어라 할 생각은 없다만…
섭취하기 어렵지 않나?
향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맛 자체는 쓰지 않나.

(이번에 새로 나온 기갑배틀 메카소울의
신규 부스터 팩…!)
(카톤으로 사는 로망 없는 짓 따위
하지 않겠다…!)
(제발 최애 유닛이 나오길…!)
(자, 승부다…!!!!)

그러고 보니 구원자 네 녀석은
트로이카의 왕, 도미니크와도 아는 사이였지?
그 녀석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근성도 있고, 결단력 있는 데다가 머리도 좋다.
그 트로이카의 만물왕이 직접 지명한 후계자니까 말이지.
너무 우습게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후. 오늘의 일정도 꽉꽉 차있군.
중간에 잠깐 식사를 할 시간이라도 있으면 좋겠건만.
뭐, 시간이 나지 않더라도 문제 없지만 말이다.
전용 에너지 젤리 드링크도 있고, 레이션도 있고.
궁금하다면 네게도 샘플을 주지, 구원자.
맛도 나름 먹을만 하다. 초코 맛을 추천하지.

플린이라고 했던가…
상당히 유망해 보이더군.
아무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나가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특히 그렇게 특정 한 분야만을
계속해서 파고드는 건… 광기가 필요하지.
성공한 과학자들은 전부 광기를 품고 있어.
멀쩡한 녀석이란 단 하나도 없지.
…이 몸도 포함해서 말이야.

…정령술사의 힘이 있으면
정령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네가 지닌 힘과 우리의 ANIMA가 제대로 공명한다면
꽤 극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겠지.
(따… 딱히, 키가 커질 수 있나
궁금한 건 아니라고. 절대로!!!)

하? 타브리아의 대제랑 친하냐고?
그럴 리가.
브리기트 대제와는 같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자주 같이 다니는 것 뿐이야.
가능하다면 그런 녀석하고는 친하게 지내긴 커녕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제국 지하의 그 쓰레기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빨리 나와 내 칼라르에 관심을 꺼줬으면 좋겠군.

암즈 코퍼레이션의 제복은 항상 진화한다!
보다 멋지게! 보다 강하게! 보다 세련되게!
멋진 이미지의 시작은 겉모습부터!
그런 의미로는…
뭐… 네 녀석의 복장도…
나쁘지는 않군.

칼라르에서는 수많은 예산을 들여
이 세상의 근원에 대해 연구한다.
처음에는 아무리 쓸 데 없다고 여겨진 것들도
잘 관찰하면 위대한 발견의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명하며 추론하고 증명하는
이 일련의 과정… 정말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나?

…나는 내 삶의
많은 것들을 빚지고 있다.
나를 이끌어준 스승에게,
나를 도와주는 부하들에게. 나를 지지해주는 국민들에게.
…그러니 최선을 다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
강요에 의한 게 아니다.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멋진' 나를 위해서다.
…너라면 필시 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지, 구원자?

가끔… 무언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혼자 앉아서 기계 부품을 만지곤 한다.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해서 기계를 완성해나감과 동시에
내 마음 속에 있던 생각도 같이 정리되곤 하지.
…뭐, 그런 방법도 있다 이거다.
관심 있다면 초보도 쉽게 조립할 수 있는 키트를
하나 준비해 주지!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기갑 장르 창작물을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갑을 묘사하는 데에
제작자의 고집이 확실하게 들어있는 작품은 더 각별하더군.
예를 들면 엔진 설계를 항상 제대로 물리학에 기반해 구축한다거나
외장 프레임은 무조건 일반 광물을 사용한다거나…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하나하나가
곧 열정이고 개성이다.
그런 열정을… 화력을
사랑하지 않고 어찌 배기겠어. 후후…

난 살림을 정말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딱 하나 자신 있는 건 있다.
그건 바로 고기 굽기…!
지고의 바비큐를 만드는 것만큼은 자신 있지.
완벽한 구이를 위해 절묘하게 계산해서
개발한 최신형 조리기기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큭큭큭… 이 몸의 바비큐를
기대하는 게 좋을 거다, 구원자…!
(…이, 이번에는 실수 안 할 거니까!)

…구원자.
혹시 코스프레에는 관심이 있나?
참고로 내가 말하는 코스프레란
특정 작품에 나오는 인물과 비슷한 차림새를 하는 걸 말하는데…
흠… 다른 게 아니라 딱 봤을 때
너랑 어울릴 만한 기갑 장르 캐릭터가 있어서 말이다.
관심… 있나?

…나는 '귀엽다'고 불리는 걸 진심으로 싫어한다.
얕보이는 거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네 녀석이 그렇게 부르는 건…
그냥… 그럭저럭… 견딜만 하더군.
네 녀석한테 악의가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어서겠지.
뭐… 그, 그러니까…
구원자 너에겐 특별히!!!
이 몸을 귀엽다고 부르는 걸!!
허, 허가해 주마!!!
(으… 으으!!! 부, 부끄러워어어어~!!!
괜히 말했어!!!)

…그간 너무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해와서 그런지,
한가해진 스스로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갔다만…
그래도… 내가 모든 것을 끝낸 그 순간에
네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르더군.
설령 모든 게 끝난 이후 사명을 다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헤메이더라도…
너와 함께하는 미래는 즐거우리라고,
그런 확신이 있으니까.
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벼, 별다른 의미는 없어!

…엄청나게 친한 사이의,
둘도 없는 친구를 '절친'이라 부른다고 하더군.
하지만… 단 한 명만 있는 유일무이한 친구의 경우
어떻지? 그것 또한 '절친'에 포함되나?
…아, 아무것도 아니다!
방금 그 말은 신경 쓰지 마!!!

인간을 정령과 유사한 형태로
반영구적인 생명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이론은 이미 존재한다.
중요한 건 부작용에 대한 리스크를
어디까지 없앨 수 있느냐인데…
계속 함께 있기로 한 이상…
그 약속, 지키게 할 거다. 구원자.
말했잖아? 그 어떤 과학자도 제정신인 채로
성과를 이룰 순 없다.
광기 수준의 집념으로…
널 영원으로 만들어주마, 구원자.
(지… 진짜 싫다면… 다른 방향성도
좀 생각은 해봐야겠지만…)

보고서가 늦군.
꾸물거릴 틈은 없다.
화력. 화력은 모든 걸 해결하지… 크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