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허, 짐을 봤으면 바로 인사를 해야지.
아직도 예절이란 것을 모르는 것이냐?
다음에도 이렇게 짐을 대접하면,
그때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알겠으면 고개를 조아리거라!

(역시 키는 크고 볼 일이다.)
(다시 아랫것들을 이렇게 내려다 볼 수 있다니.)
(그간의 고생이 생각나서,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군.)
(이제 짐의 목이 아플 일이 없을 것이야.
앞으로, 영원히, 절대!)

짐이 새로운 힘을 얻은 것을
아쉬워 하는 가신들이 있다던데…
원래 성질 같았으면,
가만두지 않았겠으나…
에덴의 상황이 혼란스러우니,
당분간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전란만 끝나면…
하극상을 꿈꾼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줄 것이다.

여봐라, 구원자야.
저 가게에서…
사탕 몇 개만 사 오너라.
아까 이미 몇 번 들락날락 해서
민망해서 그러니까 빨리!

키가 커지니 선반에 있던 사탕통을
아주 쉽게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의자를 가져와서 꺼낸다거나,
아랫것들에게 비굴하게 부탁할 필요도 없지!
마음 편히 사탕을 먹을 수 있으니,
아주 살 맛이 나는구나.

구원자야, 지호 녀석 못 봤느냐?
요새 자꾸 짐을 몰래 지켜보다가,
걸리면 호다닥 도망가더구나.
흥, 짐이 '귀'가 될까봐 불안한 모양인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하는 녀석이라니까.

아수라는 정령들을 현혹하여,
살육의 쾌락을 계속 공급받고 싶어했다.
아수라의 '귀'가 되면,
모든 감각을 공유하게 되는 듯 하더군.
…정말이지 저질스러운 탐욕이야.
아수라는 용병으로도 가까이 두고 싶지 않아.

(감히 짐의 어깨를 치고도,
아무말 없이 지나가다니…)
(피를 봐야 기강이 잡히려나…?)
(…!)
(짐이 왜 민간 정령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이지?)
(정신차리자, 짐의 소임은…
힘없는 민간 정령들을 지키는 것이다.)

…….
헉, 깜짝이야.
구원자 네 녀석이로구나,
인기척 좀 하거라!
(요새 들어 자주 몽롱해지는군.
힘의 부작용인가…)

요즘 들어 짐의 가신이었던 그녀석이…
자주 생각나는구나.
짐의 힘을 자기 몸에 봉인했던,
어리석을 정도로 우직하던 바보 말이다.
지금 짐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지는구나.
가지고 있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지,
아니면 또 다른 근심을 얻을지…
말 수가 적은 녀석이라,
어떤 말과 생각을 할 진 모르지만…
오늘따라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구나.
잘 지내고 있으려나…?

흥, 예의범절도 없는 것들.
이제 짐을 업신여기지 않겠지.
사탕이 떨어진 것 같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