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허!
짐이 행차하는데 길을 막지 말거라.
어서 예를 갖추고 물러나도록.
같은 영주라 해서,
감히 짐과 맞먹으려 하지 말거라!
(절대 기로 밀릴 수는 없다!
얕보이면 끝인 게 세상의 이치니까…!)

…….
(인사는 아랫정령이 윗정령에게 먼저 하는 것.)
(그러니 저 녀석이 먼저 인사할 때까지,
짐은 아무것도 안 할 것이다.)

(몸이 작아지니 큰 시련이 생겼다.)
(원래 늘 다른 정령들을 볼 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봤는데…)
(이제 키가 작아져서 다른 정령을 보려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봐야 한다…)
(큭, 자존심도 상하고 목도 결려서 짜증 나는구나!)

누군가를 다스리려면,
그에 맞는 위엄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네 녀석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구나?
아하하핫!

몸집이 작아지니 목소리도 바뀌는군.
하지만 목소리가 바뀐다고,
짐의 위엄이 흔들릴 일은 없다.
(이런 위엄 없는 목소리라니…!
분명 구원자 이 녀석도 짐을 우습게 보고 있겠지!)

목소리의 크기가 곧 권력임을 혹시 아느냐?
우렁차면서도 기개가 살아있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도 적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지.
짐의 특기 중 하나가 바로,
큰 목소리로 상대 기죽이기였느니라.
구원자 네 녀석은 어떠냐?
어디 한 번 얼마나 호방한지 확인 좀 해볼까?

전장에서 부하들의 사기를 돋우는 데는,
술과 고기만 한 게 없었지.
짐은 그런 것에 예산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짐의 몫도 부하들에게 나눴느니라.
자랑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부하들은 그때를 좋게 기억하고 있더군.
흥, 바보같이 고기와 술에 쉽게 현혹되다니.
짐은 그런 어리석은 녀석들을 데리고 전장을 다녔다.
(사실 술은 써서 마시기 싫었고,
고기는 그전에 과자를 먹어서 못 먹은 거지만…)

짐은 다과를 즐기는 편은 아니니라.
정확히는… 차를 즐기지 않지.
과자는 좋지만 말이다.
쓰고 떫은 뜨거운 물이 뭐가 맛있다고 그러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 없더구나.
(그래서 가신들과 다과 시간을 가질 때는,
몰래 짐의 차에만 설탕을 탔지…)

아케나인에는 정말 다양한 사탕들이 있구나!
가온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도 많아.
이곳에 머무를 동안,
기필코 이곳의 모든 사탕을 맛볼 것이다.

다들 의외라고 하지만,
짐은 식물을 키우는 취미가 있느니라.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화분을 하나씩 들였더니 그렇게 되었지.
예전에 아끼던 가신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기분이 울적한데 왜 화분을 들이냐고 하더군.
정말 검술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둔한 녀석 같으니.
에잉~!

새삼스러운 생각이지만,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하는 것 같구나.
짐의 가신들만 봐도 그것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누구도 감히 짐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는데,
새롭게 올라온 가신들은 그렇지 않더군.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꼴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아!

가끔 짐의 나비 장식에 관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는 가신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짐이니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 에헴.
뭐, 물론 특별한 의미는 없느니라.
그냥 예뻐서 달아두는 것이다.

지금은 일과 대부분을 성에서 보내고 있지만…
예전에는 전장에서 먹고 자는 게 익숙했었다.
긴장의 연속인 나날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때가 낭만이 있던 시절 같구나.

이곳의 대장장이가 꽤 솜씨가 좋다고 하길래,
얼마 전에 그 대장간에 갔었다.
소문대로 검을 만드는 솜씨가 아주 좋더구나.
단골이 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힘…
대장간에만 있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장을 누비는 용맹한 장수가 될 재능인데…

여봐라, 저번에 짐이 보낸 사탕은 먹었느냐?
가온에서 유명한 수제 사탕 장인이 만든 것이다.
영광으로 알고 아껴먹도록.
(뭐, 다 먹었다면…
또 한가득 주문해 주는 수밖에.)

사탕 장인이 사탕을 만드는 것을 본 적 있느냐?
처음에 보고 정말 요술을 부리는 줄 알았다.
비단결 같았던 덩어리가 작고 정교한 사탕이 되었지.
정 네 녀석도 궁금하다면,
짐이 친히 견학을 시켜줄 수도 있다.
설마 짐의 호의를 거절하진 않겠지?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긴밀한 교류를 위해…
혼인이라는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지와 영지…
혹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협약처럼 맺는 것이지.
뭐, 그냥 잘 알아두라는 말이었다.
크흠흠!

구원자야, 저번에도 말했지만…
가온 말이다, 꽤 살기 괜찮다.
특히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정말 그만한 절경이 없지.
그러니까, 아주 나중에…
은퇴하고 여기서 사는 것도 생각해 보거라!

(졸음을 참고 서적을 뒤적여 보니…)
(예전에 인간들은 빨리 자리기 위해,
우유를 찾아 먹기도 했다는데…)
(그럼 혹시 짐도 우유를 계속 마신다면…?)
(일단, 그 마농이란 녀석에게 추천받은…
우유 가게를 가봐야겠다.)

저기, 구원자야.
혹시 네 녀석은…
키 작은 정령은 별로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키가 큰 정령이 이상형이라거나?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대답하거라!

예를 갖춰 짐을 맞이하라!
요즘 애들은 이래서 안되느니라.
당이 떨어지는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