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식물을 키우는 데 빠져 있어요.

한 가지 곤란한 점은…
생각보다 너무 잘 자라 준다는 거예요.

성당 안에서 통행이 방해될 정도로
우람해진 식물들이 많아서…

신자분들께 몇몇 화분은 나눠 드렸답니다.

지난 미사 때 눈에 띄는 분이 앉아 계셨는데요…

"삐피릿! 우주의 소리를 들으러 왔도다!"라며
열성적으로 성가에 귀를 기울이셨는데…

그분께서 미사가 끝난 후에
저한테 명함을 한 장 주셨어요.

아이돌이 될 생각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으음… 농담하신 거겠죠…?

성당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대성만두 가게와 함께
주민분들께 만두를 대접한 적이 있어요.

저도 그때 처음으로 만두를 빚어 봤는데…
으으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소연 님께서 만두 하나로 몇 명을 먹일 거냐고
놀라실 정도로 만두를 크게 빚어버린 바람에…

결국 속이 제대로 익지 않아 난감했답니다.

저는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딱 한 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어요.

제가 막 수녀가 됐을 무렵
캐서린 언니랑 찍은 사진이에요.

그 사진을 항상 옷 안에 넣고 다닌답니다.

아직도 제게 보물인 사진이에요, 헤헤.

저는 남을 돕지 않으려는 이들보다
남을 도우려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남을 돕는 만큼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하면…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을
유지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그 마음을 간직하고 계시는
구원자님을 존경해요.

저는 아케나인 성당에 오래 머물렀던 만큼,
다른 나라에 가 본 경험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린지랑 클로이가 구원자님과 가온을 방문했을 때
굉장히 부러웠어요.

후후, 언젠가는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실 거죠?

구원자님은 추위를 많이 타시는 편이세요?

저는 추위에 약한 편이에요.

항상 캐서린 언니가 추워하지 말라고
제 손을 꼬옥 잡아 주셨었는데…

다시 언니의 손을 잡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구원자님과 저의 만남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요?

후후… 저는 '이번' 세계의 만남만을
말한 건 아니었어요.

구원자님이 오히려 그 모든 만남을
완전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모든 만남과 헤어짐의 슬픔과 괴로움을…
영영 모르시길 바라거든요.

'섭리'를 알고 있는 정령들은…
어떻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걸까요?

아니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요?

언젠가 '섭리'를 아는 정령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우리에게 시간은
절대적인 가치처럼 느껴지지만…

우주의 원초적인 질서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아요.

구원자님과 제가 대화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도, 세상의 일시적인 한때일 뿐이죠.

…후후, 조금 어려운 말이었나요?

언젠가 구원자님도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조용히 기도 드릴 곳이 있을까…?

화분을 하나 새로 들이고 싶어요.

기분 좋은 바람이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