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에 흙이 묻었어…? 어디?
묻어도 별로 상관없는데…
어차피 곧 다시 더러워져…
아, 구원자가 털어줘서
깨끗해졌다…

망령들은 보통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글쎄.
그 아이들은 자아가 거의 없으니까…
제대로 된 말은 못 해. 예를 들면…
"원통해…" "피가 모자라" 라던가…
"저주할 거야"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이도 있고…
…응? 무서워?
겁쟁이네, 구원자는…

아, 구원자를 노리고 파둔 구덩이에…
작은 개구리가 빠져버렸네…
미안해… 지금 풀어줄게.
잘 가.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냐고…?
음… 딱히 없어.
맛있으면 다 좋아.
최근 자주 먹는 건 산딸기.
숲 주변에 많이 자라.
새콤달콤해서 맛있어.

니니는 재밌어…
장난치면 반응이 확실해.
내 장난에 매번 놀라면서도…
종종 날 만나러 와.
언제는 묘지에서 함께 별을 봤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반짝반짝했어…

쐐기풀 알아?
묘지 주변에 잘 자라는 풀인데…
깻잎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반찬으로 올려도 다들 잘 속아넘어가.
잘 속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당연히… 음.

셋, 둘, 하나…
(쿠당탕!!)
예이…
구원자 빠뜨리기 성공.

장례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대.
매장, 화장, 수장이나 풍장…
우리 정령들에겐…
그다지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구원자한테는 해당하는 이야기인 거지?
구원자는 어떤 방법이 좋아?
나중에 참고할게…

언제 한번 리젤로테의 뿔을 만져봤는데…
단단하고 반들반들해서…
신기한 느낌이었어.
뿔로 호두를 깨어 먹으면 편리하겠네…

구원자… 이거 봐.
묘지에서 발견했어.
머리가 네 개 달린 민들레.
두 개까진 봤는데…
네 개는 처음이야.
특별히 구원자한테 줄게.
선물이야…

이거 선물…
응… 맞아, 버섯이야…
…맛있어? 싱싱하지…
딱히 영양제를 주지 않았는데도 잘 자라.
묘지의 토양은 천연 퇴비나 마찬가지니까…
…음? 왜 뱉어?

무명과는 합이 잘 맞아.
그래서…
용병단에서 만나게 된 이후로,
우리는 많은 거사를 함께했지.
…용병단 아지트를 부순 거?
음… 그건 위대한 여정을 향한 과정이랄까…

영화를 본 적 있냐고…?
음, 몇 번 있어.
공포 영화였는데…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게
꽤 재밌었어…

아, 구원자다…
지금 뭘 하고 있냐고?
개미를 보는 중이었어…
응… 조그마한 애들이 계속계속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게 재밌어.
얼마나 보고 있었냐고…?
음… 2시간 정도?

구원자, 사실 나… 오늘부터
아이돌로 데뷔하기로 했어.
걱정 마. 유명해지더라도
구원자의 지저분한 사생활을 폭로하진 않을게…
…다들 진짜인 줄 아니까 장난 그만하라고?
으음… 생각해 보고…

산장의 가구들은… 대부분
어딘가에서 가져온 거야.
주워 온 것도 있고, 받은 것도 있고…
하지만 보물 상자만은…
내가 직접 산 거야.
구원자가 원하면…
한 번쯤은 보여줄게.

에버폰, 엄청 귀찮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마음에 들어.
구원자의 추레한 모습을
잔뜩 기록할 수 있어…

묘지는… 밤이 되면 암흑에 휩싸여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돼. 마치…
길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말야.
…하지만 그건 착각이야…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어.
네 눈이 인식하지 못할 뿐…

나도 언젠가는… 정령석이 되려나.
만약 정령석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구원자에게도 알려줄게.
아, 정령석은 말을 못 하지…
깨어난 후엔 구원자가 없을지도…
…음? 구원자, 표정이 이상해…
겁먹어서 우는 거야?

인간의 '죽음'이란 건
언제 생각해도 신기해.
구원자도 마지막에는 '여기'…
비석 아래 묻힌 것들과 같은 존재가 되는 거구나.
혼령이 되면 날 꼭 찾아와서,
죽음이 어떤 느낌인지 말해줘야 해…

분수의 물방울이 반짝반짝…
으음…
누굴 놀래켜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