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구원자님을 영지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네.
구원자님도 알다시피
지금의 니아는 가짜지만 말이야…
웨리가 나를 언제까지 풀어둘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친하게 지내자?

페이렌에는 엄청 큰 나무가 있어.
그 나무가 있기 때문에,
페이렌에는 새로운 정령이 태어나는 성소도 존재한대.
그리고 웨리, 그 여자도 세계수의 힘을 빌려
나를 '니아'로 만들었어.

후후. 자세한 건 언젠가 페이렌에 놀러 와서
직접 확인해 봐.
저번에 근처에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던 정령들을 본 적이 있어.
낚싯대라…
그걸 들고 있는 모습이 조금 귀여워 보이던걸.
니아는 꼬리가 있으니
그런 하등한 물건은 필요 없거든.
니아의 꼬리라면 뭐든지,
단번에 낚아챌 수 있으니까…♪

후후. 구원자님.
내 얼굴을 잘 기억해 둬.
분명히 언젠가, 구원자님이 도움이 필요할 때…
니아의 얼굴이 떠오를 거야.
니아는 구원자님이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존재니까.
그러니까 니아를 두려워하지 마.

구원자님은 호수 밑에 괴물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페이렌에도 그런 괴담이 있어.
그런데 그건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니아 때문이 아닐까?
분명 누군가 세계수 밑의 호수로
가라앉는 나를 봤던 거야…
그런데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괴담이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
설마 다른 나라들도
호수 밑에 무언가 숨겨 두고 있는 걸까나?

친한 사이인 정령들을 관찰해 보면,
서로의 표정을 흉내 내더라고.
상대가 기쁜 일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환하게 웃고…
그리고 상대가 슬퍼하면
똑같이 슬픈 표정을 지어.
니아는 그걸 보고 배웠어.
공감하는 척을 하면, 환심을 살 수 있다는 걸…
후후. 어때, 구원자님?
니아도 제법 잘 따라 하고 있을까?

구원자님.
니아가 구원자님을 위해 화관을 만들었어.
자, 어때? 마음에 들까?
여기 있던 꽃들을 뽑아서 만든 건데.
…으응?
화단에 핀 꽃을 멋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왜? 어차피 니아가 화관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아무 쓸모도 없었을 것들이잖아?

페이렌에는 특이한 식물이 있어.
손을 대면 잎을 움찔거리거든.
그 식물은 손을 대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잎을 움츠리는데…
구원자님을 처음 봤을 때,
어쩐지 그 식물이 떠오르더라고.
구원자님도 니아를 보고
무서운 듯이 움찔거렸으니까…
후후, 정말 귀여워…♪

니아는 대검을 좋아해.
마물도 대형 마물이 좋아.
그래야 싸울 때
오래오래 도륙하는 느낌이 나거든…♪
그러니까 구원자님한테도
큰 검을 사용하는 법, 알려 줄게.
분명 구원자님도 좋아할 거야.

음…
이런, 머리가 또 헝클어졌네.
구원자님.
니아 머리 묶어 줘.
내 머리카락을
뿔 사이에 묶어서 고정하면 돼.
…으응?
머리끈을 쓰면 더 깔끔하게 묶일 거라고…?
후후. 그렇게 깔끔하게 묶고 다니면,
구원자님이 내 머리를 못 묶게 될 텐데…?

니아 몸은 가짜니까 잠이 들지도 않고,
꿈도 꾸지 않아.
하지만 꿈을 꾼다는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꼭 꿈을 꿔 보고 싶은 거야…
그래서 자장가를 외워서
밤새 불러봤는데…
니아 노래 실력만 늘고
결국 잠이 들진 못했었어.
있지, 구원자님.
니아한테는 '충동'이 있어.

있잖아, 구원자님.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면 빨리 친해진다는데 사실이야?
후후. 하지만 니아는 가짜라
음식을 먹어도 아무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래도 구원자님.
나랑 같이 밥 먹어 줄래…?
구원자님이랑 친해질 수 있으면
같이 밥 먹을래…♪

그 충동을 느끼게 되면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상처 입고 싶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어져.
그래서 끝나지 않는,
무한한 싸움만을 바라게 되지…
니아는 언젠가 모두모두 '니아'로 만들어서,
영원히 싸우고 싶어♪

구원자님은 웨리의 보좌관에 대해 알고 있어?
으음… 아마 라우라라는 이름이었던가…?
그 정령 말이야.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니아한테 항상 뜨거운 시선을 보내거든.
후후…
하지만 니아는 니아보다 약한 정령은
잘 기억하지 못해서 말이야.
지금 겨뤄 본다면 보좌관님이 나보다 강하려나…?
흥분되는 걸…♪

구원자님도 잘 알겠지만
지금 니아는 '분신', 그러니까 가짜야.
하지만 가짜라고 해도,
이렇게… 니아는 구원자님을 만질 수 있어.
내 숨결을 구원자님에게 불어 넣을 수 있고,
우리가 이렇게 붙어 있을 수도 있는데…
정말 니아는 가짜인 걸까…?

니아는 여기에 있지만
실은 세계수에 묶여 있어.
그럼 지금 구원자님 앞에 있는 니아는…
귀신이랑 비슷한 걸까…?
후후. 설마 구원자님,
귀신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니아는 착한 귀신이 되어 줄게.
구원자님을 지키는 귀신이 될 테니까…♪

얼마 전에 반가운 얼굴을 봤어.
나이아가 설마 솔레이에 와 있을 줄이야…
니아는 오래전부터
나이아랑 친해지고 싶었거든.
후후.
비록 나이아는 니아를 못 알아본 것 같았지만 말이야.
언젠가 때가 되면,
나이아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해 줄게.

구원자님, 궁금한 게 있어.
'취미'라는 게 뭐야?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거,
하면 재밌는 거, 그런 거라고…?
으음. 이해는 했지만…
니아는 하고 싶은 거, 별로 없는데…
구원자님이 재밌는 일…
알려 줄래?

구원자님.
모두를 지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 거야.
그런데도 구원자님이
정말 모두의 구원자가 되고 싶다면…
언젠가는 피를 뒤집어써야만 할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니아는 구원자님을 외롭게 두지 않으니까.
구원자님이랑 같이,
니아도 핏속에 머물러 줄게.

구원자님.
니아는 사랑에 관해 공부했어.
사랑이라는 건, 상대가 아프면 내가 아픈 것처럼
가슴이 찌르르… 하는 거라면서…?
하지만 니아는 가짜여서
그런 감정은 못 느끼는데…
언젠가 본체를 되찾게 되면
구원자님을 보고 찌르르… 하게 되려나?
후후, 왠지 그럴 것 같아…♪

으응… 지루해…
니아는 싸우고 싶어.
재밌는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