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구원자!
이따 저녁에 한 잔 어때?
산딸기랑 사과꽃으로 만든 특산품이 들어왔다던데…
공무가 있다고?
쳇~

나는 옛날부터
눈치가 빠르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어.
주위 정세를 파악하고 바로 대응해야하는
직업 때문에 그렇게 된 거냐는 질문도 꽤 받았는데…
내 생각엔 그냥 타고난 성격이 아닐까?
…아니, 그래서 이 직업을 고른 건가? 앞뒤를 잘 모르겠네…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뭐냐고?
'창문 열어서 환기하기'야.
하루가 상쾌하게 리프레쉬 되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해묵은 공기는 밖으로 내보내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는 거지. 후후.

메피스토펠레스 녀석 말야,
꽤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더라.
'메피'… 라고 부르는 거 맞지?
구원자 네가 지어줬다는 게 진짜야?
(…나도 이름이 길었다면 혹시…?
…….)

'연합군 감찰관'이라는 내 직업이
뭘 하는 일인지 궁금하다고?
담당 구역의 정세를 파악하고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직업이지. …혹시 구원자 시대엔 없는 직업이야?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그냥 직장인이야.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내 성미에는 맞는다고 볼 수 있지.

어디가서 얘긴 잘 안하지만…
비 오는 날 센치한 노래 듣는 거 사실 좋아해.
그 순간만큼은… 평소와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좀 부끄럽네.
하하.

음~
뭐가 좋을까…
린지랑 내기 사격을 해서 졌거든.
대가로 어떤 저녁을 사줄지 고민중이야.
린지는 식탐이 별로 없는 타입 같아서
더 고민되네.

클라라네 집에 가끔 놀러가는 건
의외로 업무에 도움이 돼.
그 애는 성격 때문인가,
이러저러 여러 애들한테 호감을 많이 사거든.
성격 까다로운 정령들도
클라라 앞에서는 좀 풀어지는 것 같더라…?

체리맛을 싫어하는 애들도 좀 있더라.
체리맛 공산품은 과일 체리랑은 다르게
싱그러운 느낌이 없고, 그 특유의 향이 질린다는 모양이야.
난 체리 캔디, 체리 초콜릿, 체리 칵테일을 좋아해서,
그 마음은 잘 모르겠어. 다들 취향은 각양각색이구나.

이번 주말에는 거하게
대청소를 하려고 해.
있는 가구 다 들어내고 구석구석 닦는거지!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 후후…
…뭐? 도와주겠다고…?!
자, 잠깐만. 마음의 준비가…

역시 토스트는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지.
식은 것도 뭐 나쁘진 않지만…
이왕 먹을 거면, 갓 구운 걸 먹거나 데워서 먹고 싶어.
구원자는 어떤 토스트를 좋아해?
…종류가 많아서 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럼 앞으로 내가 많이 먹여줄게.
기대하라구.

(…어디 보자,
다음 달의 업무 우선 순위는…)
(…이건…
구원자랑 유관 업무네.)
(뭐, 일 자체도 보람 있는 일일 것 같고…
나쁘지 않아. 이걸 1순위로 할까.)

아, 이거 꽤 괜찮네…
뭐 하냐고?
최신 청소 용품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어.
이걸 쓰면 손이 잘 안 닿는 데까지 완벽하게
닦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살짝 흥분되는데.

비비안 녀석 말이야,
왜 게이트 너머로 가버린 걸까.
난 사실 그 애랑 같이 싸울 때
합이 꽤 괜찮았거든.
주량도 꽤 되고…
괜찮은 친구였는데. 괜히 그립네.

소개할게.
'올바른 텀블러 소독 방법'
텀블러에 베이킹소다 한 숟가락과 뜨거운 물을
1시간 동안 담아둔다.
깨끗이 씻어낸 뒤 바짝 말린다.
이거 잊지 마. 잘 건조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해.
…에덴에도 베이킹소다가 있냐고?
당연한 거 아니야?

재클린이랑 싸울 땐 항상
집중해야 해.
내가 유리할 것 같다가도
불리하단 말이야…
재클린의 시선 끝 표적이
어디를 향하는지, 그걸 놓치면 안 된다는 얘기야.

난 직업상 여러 나라를 전전하는데…
요즘은 쇼핑몰이 정말 잘 되어있더라.
이것저것 놀 곳도 많고,
돈 쓸 데가 정말 많아.
…나중에 구원자랑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라고.
한가하고 심심하면 말해.

얼마 전에 클라라 집에 놀러갔는데…
아이가 있어서 그런가, 수건이 빼뚤빼뚤 접혀 있었어.
각잡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나랑은
좀 다르지만…
그래도, 좋아 보였어.

내가 발이 넓어 보인다고?
음. 굳이 부정하진 않을게.
난 대인 관계를 별로 어려워 하지 않아.
그냥… 누구나 저마다 타인이랑 원하는 거리가 있잖아?
그 선만 딱 잘 지켜주면 된다고 봐.
애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거지.

난 그동안 업무 특성 때문에
좀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어.
하지만 요즘은 잘 관리한 나만의 공간 하나에
정착하고 싶기도 해.
…구원자는 어떻게 생각해?
그냥 의견이 궁금해서 말야.

오늘은 뭘 먹을까~
사격엔 자신 있어.
가만히.
…뭐가 붙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