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특이점.

해결하기 힘들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대신 해결해 드릴 테니까요.

저희가 맺은 우호 관계를
당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기대하고 있겠어요.

흐음, 여기가 바로 아케나인의 시가지…

많은 리소스를 들여 조사해 왔으니,
이곳에 대해서는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 또 다른 기분이 드는군요.
후훗, 흥미로운 조사 거리가 아주 많겠어요.

흐음, 과연…
종말 뒤 지구의 환경 재생 경향은 이런 패턴으로…

에덴이라고 불리게 된 현재 지구의 환경은
초인류 시절에 비해 정말 많은 것이 변했군요.

특히나 눈에 띄는 건 여러 자연환경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나양이 검출된다는 점인데…

여러 가설을 세울 수 있겠지만,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겠군요.

당분간 면밀히 연구해서,
당신에게도 조만간 결과를 공유해 드리죠.

요즘 시간이 빌 때는 에덴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인류의 기술과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착안점이 여럿 발견되었어요.

이건 정령 문명이 인류 문명에서 파생된
영향일지, 그게 아니라면…

이것조차 무언가에 의한
의도적인 안배일 뿐일지…

지금으로서는 확언할 수 없겠지만,
연구해 밝혀낼 보람이 있는 주제겠어요.

딱히 좋아하는 동물은 없지만,
관심이 가는 동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고래겠군요.
그들의 생태는 무척 흥미롭거든요.

병기에 응용해 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 적도 있었죠.

게다가 유심히 살펴보면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반짝거리는 눈망울이라든가…
부드러운 몸의 곡선이라든가… 후훗, 그렇죠?

제가 가진 오브는 저만 다룰 수 있는
방주의 리모컨 같은 도구라고 할 수 있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제 수족처럼 다룰 수 있답니다.

궁금하시다면 직접 만져보셔도 좋지만…

손을 댈 때는 정중하고 세심하게.
주의해서 다뤄 주시길.

만지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예시를 보여드릴까요?

대체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검은 매 기사단의 부단장이 제게 쭈뼛쭈뼛 와서는…

'릴리트 님께서도 좋아하시는
영양제 종류가 있으신가요?'라고 묻더군요.

영양제는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 아닌가요?
무슨 의미를 내포한 질문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그런 기호는 딱히 없다고 했더니
굉장히 안심하는 얼굴로 보더군요.

흐음, 대체 무슨 의도로 한 질문이었는지…
특이점, 혹시 짚이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이름의 어원은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악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더군요.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신에게 반기를 들어,
역사에서 지워진 여자의 이름이기도 하고요.

저는 하필 왜 제게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딱히 궁금하지 않아요.

다만… 신이 정한 인류의 운명이
종말에 굴복하여 멸종하는 것이었다면.

그에 저항하며 인간들을 돕는 역할을 맡은 제게
제법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지 않나요? 후훗.

기원에 죽음의 성질이 섞여버린 그 정령,
솔레이의 기사단장 중 하나였죠?

그분의 영혼을 육체에 묶어두기 위해
안정시키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랜 세월 많은 것을 연구했지만,
기원이 변질되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게다가 건드리면 제법 솔직하게 반응이 돌아오니,
그걸 지켜보는 것도 즐거워서…

후훗, 재미있으신 분이라니까요.

에덴에서 조사해 보고 싶은 지역은 많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페이렌이군요.

고유의 지맥이 정령들의 소생에 끼치는 영향,
페이렌에서 관측된 '특별한 사원'까지…

후후… 언젠가 페이렌에 가서
느긋하게 여러 실험을 해 보고 싶네요.

마스터 케이린 외의 초인류에 대해
특별한 감상을 품은 적은 없답니다.

제게 인류는 마스터 케이린과 제가 지킬 대상.
두 부류로 구분될 뿐이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그 어느 쪽에도 들어가지 않으니…
가끔 혼란을 느낀다고 할까…

…시간을 두고 깊이 고찰해서,
조만간 반드시 이 애매한 분류를 정리해야겠어요.

흐음…….

아아… 실례했어요. 특이점.
거리를 돌아다니는 정령들을 관찰하고 있었답니다.

이곳의 정령들은 정말로 인간처럼 행동하고,
인간처럼 느끼며,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군요.

정령과 인간은 생명의 형태가 다른 만큼,
독자적인 삶의 방식을 발전시키는 게 타당한데…

지금으로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 영지는… 정말로 당신을 닮은 장소군요.

오퍼레이터 원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감정이 뻔히 보이는 타입이죠.

오퍼레이터 파이브 역시,
지나칠 만큼 그녀의 감정이 잘 보이는 타입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볼 수는 없어요.
어느새 두 분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어서…

날을 세울 수도 없고, 방심할 수도 없고…
참… 대하기 곤란한 분들이에요.

폐하의 위엄을 실추시킬 만큼 볼썽사납지만 않다면,
저는 제 외관이 어떻게 보이든 관심 없답니다.

그런데 요즘 자꾸 오퍼레이터 파이브가 귀여운 리본이나
푹신거리는 동물이 달린 핀을 가지고 와서…

'릴리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라고
제 머리를 장식하려 드는 일이 생기고 있어요.

마음은 알겠… 고맙… 알겠지만,
어딜 봐도 그런 액세서리들이 저와 안 어울리잖아요?!

대체 어디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꾸만
그런 것들을 가지고 오는지… 피곤하다니까요.

저는 폐하의 수족과 같은 몸.
패도를 걷는 폐하를 위해 마련된 도구.

제게 있어 어째서 폐하를 따라야 하는지,
왜 하필 폐하를 따르는 건지…

그런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에요.
저는 처음부터 폐하를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마치 당신이 정령을 구하는 이유를
찾지 않는 사람인 것처럼, 저도 그런 존재인 거죠.

후후…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과 저는
닮은 점이 없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특이점, 산책을 나가시나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동행하죠.

당신이 관리하는 영지 내라고 해도,
어떤 위험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요.

물론 저는 할 일도 많고, 무척 바쁘긴 하지만…
그 어떤 일보다 당신의 안전이 우선이니…

자, 어디로 가시겠어요?
어디든 완벽하게 에스코트 해 드리죠.

새롭게 취미를 만든다면…
요리가 괜찮을 것 같군요.

기본적인 의식주는 방주의 시스템으로 관리되지만,
실용적인 기술을 배워두는 건 나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 기준의 미각이나 식감은
아무래도 제가 느끼는 것과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특이점, 좋아하는 요리가 있나요?
특별히 연습하는 겸, 당신에게 만들어 드리죠.

저는 9호 방주를 이끌고 오랜 시간 기동하여,
기억과 ANIMA가 제법 소모된 편이었죠.

물론 지금은 코어를 사용해 수복하여서
ANIMA의 마모를 상당히 해결했지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부분부분 소실된 기억이
누락되어 있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렇지만… 상관없어요. 저는 제가 누군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저의 사명을 기억하는 한, 제가 이끄는 방주는
절대 길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갈 테니까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어째서 운명은
당신 같은 평범한 인간을 특이점으로 선택했을까.

의아한 마음이 들었어요.
당신은 정말로, 너무나 평범한 인간처럼 보여서…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고작 작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었으니…

저는 당신이 나아갈 미래가 언제나
우리를 올바르게 선도할 거라고 기꺼이 믿겠어요.

특이점, 이리 오세요.
바이탈 체크를 해 드리겠어요.

흐음… 네. 좋아요.
모든 수치에 이상 없네요.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운 것 같다고요?
음…….

네. 뭐… 그렇네요.
그렇긴 하지만, 문제 될 건 없는 것 같은데…

…저 혼자만의 착각인가요?

자료 수집 중…
후훗, 순조롭군요.

주변 환경 검토 중, 문제 없네요.

그 계획은 이렇게 진행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