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아아아아암~
아케나인은 습한 페이렌과 달리
딱 낮잠 자기 좋은 날씨란 말이죠~
흐음~ 노곤노곤한데
잠시 여기서 한숨 주무시겠슴까?
자자, 구원자님도 사양 말고 누워보시죠!
분명 기분 좋을 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구원자님~
아케나인까지는 오랜만에 나와보네요.
네? 왜 여기까지 왔냐고요?
휴가 땐 당연히
상사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웨리 님의 능력이 닿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최고의 동네임다!

구원자님~
여기임다, 여기!
동네 정령들하고 구슬치기하고 있었는데
같이 하시겠습니까?
참고로 제 손엔 오로라 빛 무적 드래곤
초-레어 구슬이 있다고요?
이걸 뺐고 싶다면 각오하고 오셔야 할 겁니다.
하앗-!!!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잽싸게 공격할 수 있냐고요?
사실 그냥 무술 연습이 재밌어서 매일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뿐인데요.
가볍게 하루에 윗몸일으키기 500개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네? 별로 가벼운 운동이 아니라고요?

저기 묘지 쪽에서
'페트라'라는 정령을 만났슴다.
죽은 자의 영혼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정령은 죽더라도
유령이 되진 않겠지만,
유령이 되어서라도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상상해 버렸습니다.

전 고향에 살았던 정령들과 모두 친했슴다.
지금도 얼굴과 이름이 다 기억날 정도로요.
그러고 보니 한 정령이 언젠가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언젠가 꼭,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주고 싶슴다.

하~ 잠입 수사하는 동안
스타킹을 신어야 해서 너무 불편했슴다.
왠진 모르겠는데 제가 양말만 신으면
금방 구멍이 생겨서 말이죠…
이번에도 스타킹 올이 나갔을까 봐
끝날 때까지 계속 조마조마했다고요~
이제 다시는 신고 싶지 않슴다.

허억…
크흡... 윽…
아… 구원자님?
괘, 괜찮슴다.
그냥 갑자기 호흡이 좀…
후…
가끔씩 이런 경우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과거 고향에서 살 땐
사냥꾼 일을 했슴다.
동물의 기척을 읽고, 숨고, 파고들어
가장 정확한 타이밍에 화살을 쐈죠.
지금도 가끔
니콜과 함께 사냥을 나감다.
사냥할 때의 감각은
녹슬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도록…

구원자님은…
누군가를 깊게 증오해 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전 매일 욕을 하고 저주를 퍼부어도
그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하루 종일 누군가를 해치는 상상을 하며
며칠 밤을 새워본 적도 있슴다.
언제쯤 이 감정에 익숙해질까요?
가끔 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두려워지곤 합니다…

예전에 정화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느라
스페이스 길드 단골이 된 적이 있슴다.
길드장인 에일린과 저는
둘 다 승부욕 넘치는 스타일이라,
내기를 하다가 일이 커져
곳곳에 사고를 치고 다니곤 했죠.
그때 친분 덕분에 초대장도 싸게 구했다고요?
제 덕분이니 고마워하세요~

정령석을 도구처럼 이용하는 건
무조건 나쁜 일인 걸까요?
물론…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령에게 완전한 죽음이란 없습니다.
정령석이 가루가 되어도 언젠가 회복하고 깨어납니다.
시간과 생명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정령에게…
그게 정말 나쁜 일일까요?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암…
얼마 전 '작은 겨울'이 끝났슴다.
작은 겨울이 끝나면 전 하루이틀 정도
잠만 자면서 수면을 보충하는데
흐아아암… 아무리 자도
졸음이 완전히 가시진 않네요.
정령에게 수면이 필수가 아니라는 이야기,
사실이 아닌 거 아님까?
하품이 이렇게 계속 나오는데…
어쩐지 속은 기분임다.

구원자님은 숲을 지나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멋진 구덩이를 발견했을 때,
무작정 뛰어드는 편입니까,
아니면 신중하게 고민하는 편입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질문 같으십니까?
저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슴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 추락하고 있죠.
이 구덩이의 끝은 어디일까요?
아무리 떨어져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슴다.

구원자님은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십니까?
전 어머니뿐만 아니라
마을에 함께 살았던 모두를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작은 일도 함께 나눴으니까요.
매일 시끌시끌하던 그 분위기가 그립네요.
언젠가 다시 느낄 수 있겠죠?

제 고향마을이 오염됐을 당시,
웨리 님은 대현자가 아니셨슴다.
웨리 님께서 제 고향을 봉인한 업적을 인정받아
대현자라는 이름을 물려받게 되셨죠.
저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요.
다른 정령들은 모두
웨리 님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비가 올 때
우산을 써본 기억이 별로 없슴다.
후드로도 충분히 막아지고
또… 비를 맞는 것도 꽤 좋아하거든요.
비 내리는 숲 한가운데 서 있으면
빗소리 말고 아무것도 안 들려 기분이 이상해요.
정말 시끄러운데
어쩐지 평화로운 마음이 듭니다.
흐흥~ 또 빗소리를 핑계로
땡땡이나 치고 싶네요.

옛날에 어머니께서
연애도 좀 하고 살라며 잔소리하곤 했슴다.
저는 연애에 관심 있는 편도 아니었고
딱히 마음에 드는 정령도 없어 무시했었는데…
이렇게 소개할 상대가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네요.
구원자님처럼 멋진 상대라면
저희 어머니도 인정해 주실 검다, 분명!

어제 검은 매 기사단에서
말린 로넬리아 한 송이를 받아왔습니다.
필요한 검사는 모두 끝났으니
원하면 가져가도 괜찮다고 하셔서…
제 방에 로넬리아가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정말 묘해지더군요.
이 기분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구원자님~
요즘 너무 평화롭지 않슴까?
잠입 수사할 때는 으슥한 곳에 들어가고,
열정적인 키스도 하고 스릴 넘쳤는데 말임다.
요즘엔 평범한 서류작업밖에 없어서
지루하고 재미없슴다~
흐음… 여기 아케나인 성에도
으슥한 창고 하나쯤은 있겠죠?
오랜만에 스릴 좀 느껴보러 갈까요, 자기?

헤에~ 흥미로운데?
몸 좀 풀어볼까? 하나둘, 하나둘…
흐암~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