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어떤 모양의 달고나를 뽑을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트 모양…? 너무 난이도가 높은가… 
별 모양…? 
세모는 너무 쉬워서 재미 없어! 
그렇다면…! 
무척 진지해 보인다.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다. 
지나친 SNS는 독이 된다고 하지만~ 
일상 속 특별한 순간들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SNS는 남들의 좋은 순간들만 골라서 올라오니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라는 의견도 공감돼… 
으음, 참 어려운 문제야~ 
구원자 왔구나? 뭐 하고 있었냐구? 
아까 점심 때 들은 클라라의 고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새삼 실감하곤 해. 
다들, 저마다의 고민거리가 있구나… 
당연한 거긴 한데. 하핫. 
언뜻, 지호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피리는 있잖아, 참 신기해. 
한 소절 불기만 해도, 
오늘 내 마음이 어떤지 다 들켜버리는 것만 같아… 
…좀 부끄럽네, 하핫. 
가끔 생각해. 만약 최고의 피리 연주가가 되어서… 
언젠가 시하의 곡에 악기로 참여할 수 있다면… 
꺄악~! 정말 기분 최고일 거야! 
그러고보니까 '진정한 팬은 팬질 대상과 거리를 둬야하는 법' 
이라고 하는 애들도 있던데… 
나는 잘 모르겠어! 하핫. 
그냥 이런 상상을 하기만 해도 행복하거든. 
내가 달고나를 모양대로 자르는 건… 
사실 내 하루의 운세를 점치는 거야. 
깔끔하게 잘 잘라졌을때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히히♪ 오늘은 비행기 모양을 완벽하게 잘라냈어! 
나는 잠이 안 오면 눈을 감고 망상을 하곤 해. 
방송국에 일일 청소 알바 갔다가 
우연히 건물 뒷편 쓰레기장에서 시하를 마주치는 그런 상황… 
뭔가 힘든 일이 있었던 시하가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지나가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멋있게 손수건을 건네는 거지… 
시하가 가련하게 눈물을 닦고선 문득 손수건을 보니까 
거기에 자수로 이렇게 글씨가 박혀있는 거야! 
'I ♡ SEEHA FOREVER!' 
구원자? 반응이 미적지근하네? 
별로야? 
아, 그러고보니까 나 특기가 있어. 
그게 뭐냐면… 
나, 키보드 타자 속도가 엄청 빨라! 
언제 한 번 직접 보여줄게. 후후♪ 
아마 깜짝 놀랄 걸? 
나한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은 정말 다양했어. 
다 다른 성격을 갖고 있고, 다 다른 고민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통점이 있었어. 
그게 뭐냐면… 스스로를 진짜로 아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야. 
어쩌면, 나도… 
으음. 고민스러운 시대네. 
시간 때울 때에 주로 뭘 하냐고? 
에버폰으로 세로형 만화를 읽어! 
여러 장르가 있어서 기분전환하기 참 좋거든. 
단점이 있는데… 너무 오래 보다보면 엄지가 아파. 끙. 
좌식 찻집이 불편하다고 하는 애도 있던데 
난 좌식이 편해.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몸을 지져야 돼~! 
하핫, 할머니 같다고? 뭐 어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호랑이야! 
그 법칙에 따르면, 호랑이는 고양이과니까 
난 개파가 아니라 고양이파인 게 맞겠지만… 
진돗개도 너무 귀여운데, 끄응… 
어쩐지 내가 상담가로 유명해진 것 같지만… 
사실 딱히 내가 고민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야. 
나는 그냥 고민을 들어주는 거지 뭐.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걸 
너와 함께 있다보니 알게됐어. 후후… 
후훗. 고마워, 구원자! 
봄에는 딸기, 여름엔 수박… 
가을엔 포도, 겨울엔 귤… 
엇, 구원자 안녕! 뭐 하냐구? 
계절별 대표 과일을 생각하고 있었어. 
이게 최선의 라인업 맞겠지? 
구원자, 나 지금 엄청 진지해… 
앗, 구원자! 단소 연습하는 거야?! 
헤헷~ 넘 기특하다. 
응응,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생긴다는 건 참 좋은 거야! 
삶이 풍요로워진다구~ 
마치 기타도 잘 치는 우리 시하처… 
(앗, 구원자. 집중하고 있네… 
후훗. 조용히 있어야지.) 
요즘 유행하는 '알러지 방지 이불'이나 
세련된 무늬의 침구 시트 같은 것도 좋긴 한데… 
난 옛날 할머니 시골집에 가면 있는 거 같은 
엄청 화려한 색깔의 살짝 촌스러운 이불이 제일 좋아! 
마음도 놓이고 제일 잠이 잘 오거든. 히히. 
하앙, 우리 시하… 
젤멋. 젤예. 젤귀. 
졸귀. 짱귀. 넘나 좋아. 너무너무. 좋아. 
…지성이 느껴지지 않는 대화라구? 
흥이다~! 
가끔 사귀면 '우리 공주' 이렇게 부르는 애들 있더라? 
간지럽고 애정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쓰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연인한테 공주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기쁘기보다는… 
으음… 
내가 잘 지켜줘야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질 것 같아서 좀 그래. 
난 마당이 있는 집을 구경하는 걸 좋아해. 
거주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거든. 하핫. 
그리고 잔디 손질한 걸 보면… 성격도 파악할 수 있더라구. 
난 감나무가 있는 마당이 제일 좋더라! 
으으… 또 졌네… 
무슨 일이냐고? 아, 그냥… 
이번에도 순이한테 윷놀이로 졌거든. 
분하다~! 하지만 제기차기로 대결하면 내가 이길 걸? 
어디 두고보자…! 
달고나 너무 많이 먹어서 충치 생겼어 
시하 노래 스트리밍 중… 
국밥 말아먹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