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자? 여기서 뭐해?
아, 다른 정령들이랑 만날 일이 있다고…
그럼 난 이만 빠져줄게. 안녕.
(어차피 내가 끼면 분위기만 망치니까…)

특별한 포션 제조 레시피는 보면 참 까다로운 게 많아.
30일 동안 채소만 먹은 수험생의 눈물 60g…
대체 이런 걸 어디서 구하냐고!
나도 구원자처럼 친구 정령이 많으면 좀 수월했을 텐데.
친구가 많다고 되는 문젠 아닌 것 같다고? 그건 그래…

구원자! '곰돌이 교수님' 오늘 아침 꺼 봤어?!
이번 화는 정말 전설에 남을 화인 것 같아~
특히 요즘 시류에 딱 맞는 소재를 고른 게 감동이야!
'에리카한테는 맨날 맨날 전설에 남을 화인 거 아니냐'…라고?
아니거든?! …어… 맞나?

난 먹는 기쁨은 잘 모르겠어.
매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정령들도 있던데 말이야.
실험을 계속하느라 혀가 이상해진 걸까?
다른 정령들이 맛있다고 하는 걸 먹어봐도 잘 감이 안 와.
…그래서 더 겉도는 것도 있었어.
같이 먹는 재미가 대인 관계에서 꽤 중요하다더라.

음~ 어, 구원자. 왔구나.
뭐 하고 있었냐고? …선물을 고르고 있었어.
제이드가 내 연구를 지원해 준 지 곧 딱 3년째거든.
…제이드같이 뭐든지 다 갖고 있을 것 같은 애 선물 고르는 거
너무 어렵지 않아? 난 가뜩이나 이런 센스 별로 없는데…

'곰돌이 교수님' IP로 게임이 나온 적이 있었거든.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나는 재밌었어!
그리고 그중에 꼭 깨보고 싶은 스테이지가 있었는데…
4인용 스테이지라서 혼자서는 도전을 못 했어…
그래서 말인데 구원자도 언제 한 번 해볼래?
그리고… 두 명만 더 데려와주면 안 돼?

구원자 왔구나. 안녕…
오늘은 나한테 좀 떨어져서 걷는 게 좋을 거야.
아까 실험을 크게 실패했더니 몸에서 군내가 떨어지질 않거든…
으으. 이 냄새가 나는 동안 계속 우울할 것 같아. 뭘 잘못 넣은 거지?
제이드가 입욕제를 잘 안다고?
말 걸어볼까. 음… 아무튼 알려줘서 고마워!

구원자, 고민이 있는데…
친구한테 생일 축하하는 거 있잖아.
보통 열두 시 땡 되면 축하하는 거야? 아니면 그날 아침…?
아니면 선물 줄 때? 선물 안 주는 사이면 축하한다는 말도 안 하는 게 낫나?
뭐가 자연스러운 건지 모르겠어…
구원자, 어떻게 생각해?

구원자가 원래 있던 세계에도 '곰돌이 교수님' 같은 게 있어?
오, 있구나…
세대별로 있어서, 같은 방송을 본 세대들끼리는
공감대가 형성된다구?
그렇구나… 좋겠다…

유리아 님이 전에 내 포션을 칭찬했다고?
진짜로…?
그렇구나… 응, 알려줘서 고마워…
(살다 보면… 이런 기쁜 일도 생기는구나…)

으, 약초를 채집하러 다니다 보면 모기에 너무 많이 물려.
그래서 모기 퇴치약을 만들려고 하잖아?
그 모기 퇴치약을 만들려고 약초를 채집하러 다니다가
모기에 또 물려! 아오!
정령도 모기에 물리냐고? 당연하지!
구원자는 가끔 이상한 걸 묻더라?

학회에 소속한 정령들이랑 친하게 지낸 적은 없냐고?
으음… 그게, 아무래도 학회엔 내성적인 성향인 정령들이 많아서…
논평하느라 모여도 딱히 뒷풀이를 가게 되진 않더라고.
나도 내가 먼저 말 붙일 용기는 안 나고…
아, 그래도…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학회 정령이 들고 있으면
일방적으로 친밀감을 느끼곤 했었어.

어… 구원자 왔구나.. 안녕…
잠깐만… 나 이것 좀 하고…

(5분 뒤)

후, 미안. 내가 계속 갖고 싶었던 '곰돌이 교수님' 굿즈
중고 매물이 올라왔거든. 상위 입찰했어♪

그… 요즘 구원자 덕분에 여러 정령들이랑 친해진 것 같아.
다리 놔줘서 고마워, 구원자!
유리아 님도 종종 메피한테 친구를 소개하려고 할 때가 있다고?
오… 그렇구나.
(뭔가 갑자기 동질감이 드네…)

산까지 약초 캐러 가기가 너무 고생스러워서…
마당에서 약초를 직접 재배할까 고민 중이야.
마당에 물 주는 게 오래 걸리겠지만…
등산이 너무 힘들단 말이야, 흑흑.
…가끔 물 주는 거 도와주러 오겠다고?
헤헷. 고마워!

유치원에 가서 어린 정령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 그 애들의 솔직함에 깜짝 깜짝 놀라게 돼.
그런 점을 본받으면, 나도 좀 더
타인이랑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아무튼 배우는 게 참 많아.
이 일을 소개해 줘서 고마워, 구원자!

구원자! 부탁이 있는데.
혹시 다음에 핑크빛 나비를 보면 잡아다 주면 안 돼?
다음 실험에 꼭 필요해서 그래!
…엇, 클라라네 집 주변에서 많이 봤다고…?!
그렇구나. …저기…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어?
클라라랑 아직 그렇게 많이 친한 건 아니라서…
내가 집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보고
수상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해…!

다음 실험에 고양이 털 3가닥이 필요한데…
음… 이건 그냥 시장에서 사야겠다.
앗, 구원자. 도와주겠다고? 메피가 친한 길고양이가 많아…?
마음은 고마운데, 꼭 얼룩 고양이어야 되거든… 그냥 내가 따로 살게.
엥, 메피는 모든 무늬의 고양이들과 친하다고?
왜?!

다음주 화요일에 유치원에 봉사활동 가기로 했어.
구원자도 같이 갈래?
(…엇?! 나… 방금
엄청 자연스럽게 남한테 외출을 권유했잖아…?)
(우와…
………우와…!!!)

요즘 든 생각인데… 내가 긴장할 때 말 더듬는 걸
꼭 고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
내 직업은 말을 더듬는 거랑은 상관없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좋은 애들은 내가 말을 더듬어도 바보 취급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
구원자 덕분에 깨닫게 됐어.
정말 고마워… 하핫. 새삼스럽게 말하려니 쑥스럽네.

수식을 생각하다 넘어졌어…
아! 좋은 생각이 났어! 얼른 아틀리에로 가야겠다.
연구에 쓸 만드라고라가 부족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