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드나 집사를 다시 구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괜찮은 정령 찾는 게 더 문제여요.)
(하아, 메이드를 너무 쉽게 보내준 것 같사와요…)

안녕하세요, 구원자님.
검은 매 기사단의 이디스,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이디스가 구원자님을 지켜보겠사와요.
빈틈없이 판단할 테니 긴장하시라구요?)

설거지를 제때 하지 않으면 벌레가 꼬인다는 걸…
…며칠 전에 처음 알았사와요.
정말… 알고 싶지 않았는데…!

구원자님은 에덴에 오신 지 얼마 안 되셨지요?
아직 이곳의 생활 양식이나 교양이 낯설고 어려우시겠군요.
교양과 예절이라면 언제든지 알려드릴 수 있으니,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시어요. 오호홋.

저는 며칠 전만 해도 환기의 필요성을 몰랐답니다.
…그냥 집안의 공기가 알아서 깨끗해지는 줄 알았죠.
며칠간 공기가 탁해서 고생했는데,
창문을 열면 해결되는 일이었다니… 허무해요.

저보다 한참 작은 생물을 무서워 한다는게…
기사로서 무척,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지만…
벌레를 보자마자 모골이 송연해지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어요…

검술은 솔레이에 오기 전에도 개인적으로 연마했사와요.
어머니가 우리는 언제든 전장의 선두에 서야 한다고,
단련과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군살이 박히도록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연마한 검술로 솔레이를 지킬 줄은 몰랐네요.

유리아 님과의 식사는 영광스럽고 즐거운 일이죠.
…식탁에 있는 매운 음식만 제외하면요.
너무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품위를 지키기가 힘들어서…
여간 곤란한 게 아니랍니다. 아하하…

타브리아에서는 술을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사와요.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할까 봐,
행사나 중요한 자리에서 한 두잔 정도만 마셨지요.
그렇게 자제한 덕분에 공주였을 때는 취한 적이 없었어요.
대신 술 약한 언니를 챙겨야 하는 처지였지만요…
어떻게 한 잔만 마셔도 취할 수 있는 거람.

(오늘은 신상 탄산수를 맛보는 날…)
(남들 앞에서 트림할 순 없으니,
부득이하게 혼자 몰래 마셔야겠사와요.)
앗! 구원자님?
저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랍니다, 오호호홋…
절대 뭔가를 몰래 마시려는 게 아니어요.

검은 매 기사단에 입단하는 건,
저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사와요.
집에서 받았던 교육들과 훈련들이 꽤 도움이 되었거든요.
…문제는 입단 후였답니다.
초반에는 단장님을 따라가는 게 벅차서,
몇 번이고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었지요. 하아.

예전에 언니가 제 다이어리를 멋대로 본 적이 있사와요.
정말 화가 났던 일이죠.
그런데 그때 언니가 했던 말이 있었어요.
'너는 다이어리를 쓸 때도 그 말투로 쓰는 거야?'라고…
전 혼자 생각할 때도, 혼잣말을 할 때도 이 말투인데 말이죠.
…제가 이상한 걸까요?

타브리아의 예비 후계자 신분일 때는 연애는커녕,
우정을 나눌 상대를 두는 것도 조심스러웠사와요.
그래서 정략 차원의 결혼은 하겠다 싶었지만,
연애는 이번 생에서 글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요새 조금씩 연애하는 저를 상상하고는 해요.
상대적으로 기사의 신분이 더 자유로워서 그런가, 오호홋.
(구원자님과 사귀는 걸 상상했다고는 말 못하겠사와요!)

예절 수업까지 합하면,
티타임은 수천번 가진 것 같사와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차를 마셔볼 수 있었지만…
사실 아직도 차 맛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사와요.
그냥 따뜻하면서 향 나는 물 같은데…

저는 항상 예비 장비를 갖춰 두는 편이어요.
어떤 상황이 생겨도 대비할 수 있게 해두는 거죠.
자주 잃어버려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랍니다.
아시겠죠?
(제발, 믿어주시어요!)

제 잠옷은 어머니가 선물해 주신 거여요.
저에게 어울리는 걸 직접 골라주셨죠.
다들 예쁘다고 해줬는데,
언니만 유독 마음에 안 든다고 했었답니다.
언니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니 이상하게 더 마음에 들어서,
지금도 계속 입고 다니고 있어요. 오호홋.

(솔레이에도 신부 수업을 하는 곳이 있으려나…)
(아니다, 구원자님이 집안일을 잘하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야, 그래도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으아아, 머리가 아파와요!

저는 지금 솔레이의 기사지만,
가족을 저버린 건 아니라서…
결혼 같은 경사는 본가에 알려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냥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거랍니다.
절대 유념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어요!

제 방 인테리어가 좀 특이하지요?
제가 파란색이랑 금색을 좋아해서 그렇게 꾸며봤답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결국 집에서 지원을 좀 받고 말았사와요…)

저를 '도망친 공주'라고 부르는 타브리아 정령들이 좀 있사와요.
그들의 말이 틀리진 않아서, 반박할 생각은 없어요.
스스로 한 판단이고 선택이니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게 선택해서 구원자님과 교류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제 삶에서 가장 잘한 일일지도요.)

모두의 모범이 되는 걸음걸이로…
영지 내의 기온과 습도…
이게 최선인가요?
아악! 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