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앗. 잠깐 가만히 있어보세요, 구원자님.
옷에 실밥이…
봉제선이 흐트러졌네요.
고쳐드리고 싶은데…
잠깐 광장 벤치에 앉으시겠어요?
겉옷을 제게 주세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제가 철없을 시절에는,
성당 바닥을 빗자루로 쓰는 게 너무 지겨웠어요.
어제 분명 열심히 청소했는데
이 많은 먼지들이 또 어디서 온걸까, 하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바닥이 더러워졌다는 건
성당에 손님이 많다는 뜻이거든요.
후훗. 그렇게 생각하면 참 기쁜 일이죠?

성당에서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꽃다발이나 비누 만들기,
어린이에게 동화책 읽어주기…
구원자님도 언제 한 번 놀러오실래요?
후훗, 언제나 환영이에요.

로제가 바게뜨 빵을 잘 굽는 건
항상 제 성당 봉사를 도와줘서 그래요.
얼마나 기특한지…
아, 너무 예뻐서 안 되겠어요.
이따 한 번 꼬옥 안고 와야지…♪

충치에 아파하는 어린이들을 달래려고
사탕을 줘선 안 돼요.
당장 울음이야 그칠 수 있겠지만…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구원자님, 제가 가끔 엄하게 잔소리 해도…
잘 들어주셔야 해요? 알았죠?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은 많고, 성당 일정이 무척 바빠서
저는 여가 시간을 별로 갖지 않는 편이지만…
여유 시간이 있을 때에
식물원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해요.
싱그러운 초록 잎들을 보면
영혼이 구원받는 느낌이 든답니다.

성당의 하루 일과는 무척 평화롭고도 바쁘답니다.
계속해서 할 일이 있는데도, 그 모든 과정이 자애롭죠.
바쁜데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
이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저는 가끔 그렇게 생각해요. 후훗…

이건 비밀인데요…
유리아 님은 남몰래 매운 음식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서 말리고 싶은데…
들키면 부끄러워하실 것 같아서요.
그래서 뭐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더라고요.
이걸 어떡한담?

아케나인 성당은 역사가 무척 오래되었어요.
매년 조금씩 낡고 있어서, 매년 조금씩 고치고 있죠.
쓸 수 있는 건 최대한 오래 오래 끝까지 쓰고 싶어요.
절약 정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저희 정령들도 그렇게 사랑받은 물건에 깃들어
태어난 존재니까요…

시장 술집이 세일을 하고 있으면 이젠 걱정부터 들어요.
셰리랑 비비안은 오늘도 새벽까지 계속 술을 마시겠죠…?
길거리에서 그렇게 누워있으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네? 매번 챙기다니 내심 즐기고 있는 거 아니냐구요?
어휴, 구원자님도 참.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타인을 공격하는 자들이
요근래 많이 보이네요…
몇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면
의외의 일면을 통해 서로 화합할 수 있을 텐데.
하긴, 말처럼 쉬운 게 아니겠죠.
각자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할 뿐…

저는 마들렌을 처음 먹어봤을 때
무척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향기로운 음식이
따로 있을 줄 몰랐거든요.
단순히 영양 보급뿐만 아니라 맛과 향에
무척 신경쓴 음식을 먹으면, 저는 지금도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고해소가 낡아서, 이제 문을 열 때마다
'끼이익…'하는 소리가 나요.
어린이들은 그걸 무척 무서워하더라고요.
어떻게 기름칠이라도 해서 매끄럽게 만들 수 없을까요…
모처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러 온 자한테
더 위축될 일은 없었으면 하거든요.

이거요?
어린이를 위해 쉽게 풀어 쓴 '어린이 성경'이에요.
그리고 눈이 나쁜 분들을 위한 '큰글자 성경'도 있어요.
뜻을 전하려면 역시 상대를 배려해야겠죠.
소통하려는 의지가 중요해요.

수녀의 삶이 아닌 삶을 살아보고 싶지 않냐는 말은
그동안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글쎄요…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삶은 오직 지금의 이 삶 뿐이랍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죠.
그게 제 행복인걸요.

페이렌의 성당과 교류하다가 선물받은
열 두 개의 선인장 화분이 있는데요…
새들이 찾아와선 잎을 모조리 쪼아 먹어버렸어요.
이런…
대체 이를 어쩐다… 어휴, 그쪽 성당에
진솔한 고백과 사과의 편지를 써야겠네요.

그거 아세요 구원자님?
마이크는 습기에 무척 취약하답니다.
제가 이런 걸 왜 알고 있냐면,
성당에서도 예배를 드릴 때 마이크를 쓰기 때문이에요.
마이크는 값이 저렴하지 않답니다.
관리를 잘 해서 오래오래 잘 써야하는데… 에휴.

로제는 무척 귀여운 동생이에요.
저를 참 잘 따르죠.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때는 로제한테 언니 소리를 듣고 싶은 맘에
볼일도 없는데 괜히 근처에 가곤 했답니다.
로제를 보면, 로제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보고 왔으면…
그런 훈훈한 마음으로 보게 돼요. 후훗…

음, 이 날도 안 되는구나…
아, 구원자님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제 의족을 정비하려면 전문점에 가야 하는데요
예약 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무척 인기가 많은가봐요.
요즘 의족은 무척 편리하니, 그럴만도 하죠.

아주 옛날에,
멋진 밀짚 모자를 산 적이 있어요.
몇 번 쓰다가 곧 땡볕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농부님께
선물 드렸지만…
언젠가 구원자님과 함께 밀짚 모자를 쓰고서
해바라기 밭에 가보고 싶네요. 그럴 수 있을까요?

한가롭네요.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답니다.
종종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