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시게 조각나는 햇살,
서늘하게 젖어드는 달빛.
덧없이 꺼지는 새하얀 거품조각,
바람에 반짝이며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
…예쁜 걸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져.
당신은 어때?

구원자, 혹시 이 근처에
유명한 과자점이나 장난감 가게가 있을까?
멜피스가 안 보여서 그래.
그 아이가 갈 곳이라면 뻔하니까…
혹시 멜피스를 발견한다면 부디 알려주길 바라.

아마 눈치 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이야.
하지만 체면을 차리는 것과
예의바른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예의는 어디까지나 상대방과 나,
둘 다를 위해 존재하는 방어선이거든.
그러니 나를 대할 때에는 예의를 지켜줘.
나도 똑같이 할테니까.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직접 과자를 구워볼까 해.
비올레트가 비장의 레시피를 알려준다고 했으니
기대해도 좋아.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어째서?

동화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책을 보는 편이야.
시집이라던가, 철학서라던가, 예술사 서적이라던가…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그림이 예쁜 책.
인상적인 작가는 잘 체크해두고 있어.
나름… 소소한 즐거움이야.

차라고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나는 스트레이트, 그냥 그대로 찻잎만 우려 마시는 건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아.
다양한 조합으로,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어.
…당신은 어때?

지나가다가 특이한 과자를 파는 걸 발견했어.
…사탕으로 만든 보석같은 과자.
호박당이라고 부르던데…
당신도 하나 가지겠어?
나도 모르게 그만 너무 많이 사버렸거든.

아름다운 걸 좋아한다고 해서
딱히 비싼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주변으로부터는 어쩐지 '가격이 비싼 것'을
선물로 받는 경우가 잦아.
때때로 처분이 곤란할 때가 있어.
어쩌면 좋을까…

멜피스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주 총명하고 사려깊은 아이야.
평소에는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항상 쾌활하게 웃고 다니지만…
정말 소중한 부분은 잘 보여주지 않지.
언젠가는 당신과도
그 아이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게 될까?

학교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무지한 건 아니야.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 가지고 있고,
자산 관리도 직접 하고 있을 정도인걸.
멜피스는 그런 점에 있어선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당신은 내게 걱정을 끼치지 않겠지?

당신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게 느껴져.
보통은 나를 두려워 하거나, 나를 가여워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당신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아.
아니면 둘 다일까?
문득 궁금할 때가 있어.

나도 멜피스도 단 것을 선호하긴 하지만…
취향이 무조건 일치하는 건 아니야.
같은 디저트라도 나는 미관을 중시하는 편이고,
멜피스는 식감을 중시하는 편이지.
그래서 서로 다른 걸 시켜서
같이 나눠먹는 경우가 많아.
…당신도 낀다면 세 가지를 맛볼 수 있겠네.

인간들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아파서
죽으면 그대로 이별이라고 했지.
우리들 정령은 그렇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긴 하지만…
…당신이 어째서 그렇게 나를 끈질기게
치료하려 드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당신은 굳이 따지자면…
설탕 같네.
반드시 섭취해야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자주 접하고 싶어져.
그리고 자꾸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야.
어쩐지 가넷이 말한 '사랑'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조금 이상한 기분인걸.

언제나 나는 어둠 속에서
달빛과 함께 살아가는 기분이었어.
그래서 태양은 항상 내게 너무 눈부셔서,
가끔 눈을 돌리고 싶어질 때가 있어.
멜피스도, 당신도…
내게는 너무 과분하게 눈부신 것 같아.

…당신은 내가 무섭지 않아?
그렇게 내게 피를 빨려놓고도,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니다니…
곤란해.
당신을 볼 때마다 정말 맛있어 보여서…
금방이라도 이 입술을 대고, 이빨로 깨물어서
당신의 피를 마시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가 쉽지 않아.

내가 만약 이번에도 병 때문에 잠들게 된다면…
당신과 나눈 대화나, 함께 본 풍경…
그런 것들을 잊게 될까?
아니면 다른 자잘한 기억들을 잃게 될까.
…당신의 기억을 잃는다면,
얼마나 허무감이 들까.

나는 의외로 욕심이 있는 편이라서,
좋아하는 건 나 혼자 보고 싶을 때가 있어.
그래서 때때로 당신이나 멜피스가
나를 두고 다른 정령들과 놀고 있는 걸 보면…
조금은 심술이 나.
이런 유치한 마음을 품는 건 숙녀답지 못한데 말이야.

당신과 함께라면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서,
이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처럼 느껴져.
스스로가 욕심쟁이인 걸 아니까,
얻지 못할 미래에 대한 과욕을 부리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당신은 나를 더 심한 욕심쟁이로 만들고 있어.
이러다가 천벌을 받게 된다면,
당신도 함께 받아줘. 공범자니까.

고마워, 구원자.
당신 덕분에…
나는 새장 안에 내가 원하는
아름다운 세상의 일부를 가두는 것보다…
그 바깥을 바라보게 되었어.
인정할게.
나는 당신이 정말 좋아.
그러니 내 마음을 배신하지 말아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아주 연약하거든.

나비가 팔랑팔랑, 꽃이 살랑살랑…♪
설탕에 절인 제비꽃 절임이 먹고 싶네
멜피스는 어디 간 걸까?